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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34] 베트남 다낭의 베스트 코스

게시날짜 시간
2019.11.12
호이아나 쇼어는 베트남 해안선에 조성된 코스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1970년대 미국과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이긴 베트남이 1994년에 가서야 미국의 경제 제재 보복에서 풀렸다. 그 이듬해 호치민에서 20분 거리에 베트남 골프장이 처음 들어섰다.

1986년 시작된 ‘도이머이’ 개혁개방 정책의 결과는 오늘날 베트남의 외자 육성과 빠른 성장으로 나타났고, 베트남 해안을 따라 우후죽순 골프 리조트가 들어선다. 지난해말 골프산업 전문지인 <골프Inc>에 따르면 베트남의 동부 해안선을 따라 20곳의 골프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는 루둑광 비스콤 FLC그룹 회장이 아시아의 골프업계 영향력 1위에 올랐다. 7위도 베트남에 7개의 18홀 코스를 운영하는 BGR그룹의 응우엔 티 나 CEO였다.

골프잡지의 국제 패널인 나는 곧 다가올 ‘세계 100대 코스’ 평가를 위해 20여개 신설 코스들이 밀집한 다낭을 찾았다. 베트남은 5번째 방문이었으나, 찾을 때마다 하루가 빠르게 올라가는 도심 마천루와 휘황찬란한 럭셔리 리조트들은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였다.

경제 중심인 호치민 인근 붕따우 관광지구에 호트람블러프스가 있고, 수도인 하노이 인근에 스카이레이크나 반트리 등의 고급 회원제가 들어섰다면, 코스의 품질 면에서 해안선에 들어서는 링크스 스타일 코스들을 따라갈 데가 있을까 싶다.



호이안은 강가를 따라 등불을 켠 카페들이 멋진 밤 풍경을 이룬다.

길쭉한 곤봉처럼 생긴 베트남은 남북 길이는 1400km지만 해안선이 3444km나 되어 바닷가를 따라 리조트들이 엄청나게 지어진다. 북쪽 해안의 하롱베이가 오늘날 베트남 최고 관광 명소로 주가를 올리고 있고, 남쪽으로 판티엣이나 나트랑에서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휴양객과 배낭 여행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중부의 문화 휴양도시 다낭은 위도 17도 선에 위치한다. 15세기 이전까지는 강대한 참파왕국의 거점이었고, 17~19세기 베트남의 수도였던 후에, 무역항이던 호이안이 지척에 있다.

베트남의 최후 왕조인 응우옌왕조(1802~1945)의 도읍지 후에는 고풍스런 멋을 간직한 도시다. 다양한 건축 양식의 고성과 왕릉이 몰려 있는 구 시가는 옛 베트남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에성은 거대한 성벽과 해자(垓字)에 둘러싸여 있고, 내부에는 왕족의 저택과 사원들이 남아 있다.

호이안이 무역도시로 성장한 건 조류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4백여년 전 일본, 중국 상인들이 조류를 타고 이곳에 들러 물품을 교역하고 서너달 머물렀다 조류를 따라 돌아가곤 했다. 그래서 일본인 마을이 생겨났고, 일본인이 조성한 래원(來遠)교 다리가 호이안의 상징이 됐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호이안의 구 거리와 밤이면 투본 강변을 따라 조성된 카페들의 밤 등불은 고색창연하다. 요즘은 등불을 켜고 뱃놀이 하는 관광객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다낭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최대 기지가 주둔하던 곳으로 월맹과 월남군이 대치하던 최전선이었다. 백마, 맹호, 청룡 등 한국의 파월 부대가 이곳에 주둔했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 <님은 먼 곳에>에서 여주인공 수애가 님을 찾아 헤매는 곳이 호이안이었다.

예전 호이안의 등불처럼 다낭 해안을 따라 조성된 최고의 골프장들이 세계의 골프 여행객들을 불러들인다. 2010년대 초반 다낭CC, 몽고메리링크스가 등장해 베트남 코스를 한 단계 높였다면 최근 개장한 호이아나쇼어, 라구나랑코, 바나힐스 등은 그 단계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 듯하다.



호이안의 등불을 형상화한 핀이 18홀 중 한 홀에 꽂혀 있다.

호이아나 쇼어: 호이안의 등불

다낭 공항에서 50여분 거리의 쿠라이 해안에 조성된 호이아나 쇼어(Hoiana Shores) 컨트리클럽(파71 7004야드)은 코스와 클럽하우스까지 시설만 완공된 상태다. 프로샵에서 기념품을 사고 싶어도 내년 6월 그랜드오픈까지는 살 수 없다. 골프장 부사장인 호주인 PGA멤버 벤 스타일스는 ‘내년에 카지노와 호텔이 함께 열린다’고 말했다.

벤에 따르면 이름 높은 코스 설계가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가 세 번이나 현장을 찾아 공들였다는 코스를 이틀에 걸쳐 라운드했다. 국내에는 레인보우힐스, 스카이힐제주 등을 설계한 RTJ는 이 곳에서 원하던 바를 마음껏 펼친 것 같았다. 토양이 탁월했다. 벙커사가 호주 빅토리아의 샌드벨트 지역처럼 촘촘하고 가는 모래층(silt)로 구성된 듯했다. 신설 코스라 좀더 두고볼 일이지만 로열멜버른 등 호주의 명문 코스들처럼 페어웨이와 러프, 벙커의 구분이 면도칼을 도려낸 듯 선명했다.

요즘 세계 100대 코스들의 유행인 거대한 사구(砂丘)를 과감하게 코스에 끌어들인 점도 탁월했다. 파3 13번 홀은 페어웨이 벙커들이 출렁거리는 파도처럼 웅장했다. 코스 옆 웨이스트벙커는 애초에 있던 곳인 듯 자연스러웠고, 그린 사이드 벙커들은 울퉁불퉁 두드러져 있어 샷밸류를 한껏 높였다.

파3 5번 홀은 비아리츠(biarritz) 스타일 그린이 돋보였다. 백티에서 187야드 정도의 멀지 않은 전장을 중간에 움푹 파인 골이 그린 난도를 한껏 높였다. 8번 홀은 그린 입구에 두 개의 둔덕이 마치 요새를 지키는 방벽처럼 막아선다. 길쭉한 그린에 핀을 꽂을 자리가 넉넉해서 다양한 샷 연출이 가능해보였다.



스왈로스네스트로 불리는 15번 홀. 그린 뒤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후반 10번 홀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다를 향해 나간다. 잠시 내륙으로 돌아오는가 싶더니 제비집(swallow's nest)이라 불리는 파4 15번 홀에서는 그린 바로 뒤가 대양이어서 장관이었다.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수림에 둥지를 튼 제비들이 유독 많이 날아다녔다.

파4 16번 홀은 백사장 옆 쿠라이 해안을 따라 흐르고 파3 17번 홀은 바다 옆에 붙어 있었다. 17번 홀 그린에는 이 골프장의 특징인 호이안 등불 모양의 핀이 꽂혀 있었다. 18개 홀 중에 매일 한 개 홀에만 등불 모양 핀을 단다. 그 옛날 밤을 밝히던 호이안의 등불이 이 코스에서 붉게 빛나는 듯 처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찬란했다.

코스 옆에 카지노 호텔이 들어서는 만큼 전형적인 리조트 코스였다. 블랙티가 7천야드를 겨우 넘길 정도였고, 페어웨이는 운동장만큼 넓고 관대했다. 촘촘하게 식재된 조이시아 잔디가 빠른 볼구름을 만들어냈다.

홀아웃하고 다른 홀로 갈 때는 잔디로 길을 냈다. 첫 티샷부터 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잔디만 밟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호사스럽게 꾸몄다. 이 정도의 럭셔리는 스코틀랜드 에버딘의 트럼프인터내셔널에서 구현했었다. 2인승 카트가 페어웨이 안으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바나힐스의 10번 홀부터 롤러코스터의 본 게임이 시작된다.

바나힐스: 필드 롤러코스터의 짜릿함

런던의 자기 집 뒷마당에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로드홀 벙커를 만들어 연습한다는 잉글랜드의 벙커샷 달인 루크 도널드가 IMG와 합작으로 베트남에 처음 만든 골프장이 바나힐스(Ba Na Hills)다.

이 코스는 5개의 티잉 구역을 가지고 있는데 블랙 티 전장이 파72에 7857야드로 길고 코스레이팅이 77.4가 나올 정도로 어렵다. 반면 레드 티는 5173야드로 코스 레이팅은 70.6일 정도로 쉽다. 여성에게 무척 관대하다. 보기 플레이를 하는 일반 아마추어면 6616야드의 블루 티가 적당해 보인다.

이 골프장은 2013년 다낭 교외에 조성된 바나힐 국립공원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위치하고, 18홀 전 홀에 라이트 시설과 드라이빙 레인지를 갖춘 토너먼트 코스다. 해발 1500m고지의 바나힐 정상에는 과거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던 시절에 무더운 날씨를 피하고자 조성된 휴양지를 바탕으로 개발된 테마파크가 성업중이다. 5800m가 넘는 세계 최장 케이블카가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게 코스에서 보인다.

바나힐스는 마치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업다운이 특징인 코스다. 1번 홀부터 오르막 그린을 향해 티샷하면서 시작한다. 어느 홀 하나 평탄하지 않다.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의 업다운이 변화무쌍하다. 프론트 나인 홀에서 몸을 풀었다면 백나인은 롤러코스터 코스의 본 게임이다.



바나힐스 16번 홀은 낙차 큰 내리막의 아일랜드 그린을 향해 쏘는 홀이다.

10번 홀은 전장은 285야드인 파4지만 거의 50m 이상을 올라가야 하는 정상 등반 홀이다. 꼭대기에 그린이 있지만 어프로치샷이 크면 맞은편 언덕으로 굴러가 낭패다. 파3 12번 홀은 급격한 내리막이다.

13번 홀은 낙타등 같은 페어웨이를 가졌다. 티샷이 길면 등을 타고 그린 앞까지 가지만 티샷이 짧으면 정상 뒤에 안보이는 내리막 그린을 향해 쏴야 할 정도로 독특한 구성을 가졌다. 파3 16번 홀은 정상에서 물로 50여 미터 아래 아일랜드 그린을 향해 샷을 하는 홀이다.

마지막 18번 홀은 롤러코스터가 온갖 회전을 마치고 종착점을 향해 다가갈 때의 안정감을 주는 평탄한 페어웨이를 가졌다. 짜릿함과 스릴을 주는 기억성 뛰어난 코스다. 베트남의 전통 모자 롱을 쓴 캐디와 IMG의 전문화한 코스 운영도 좋은 평가를 줄 만하다.



라구나랑코는 8번 홀에서 바다를 향해 나갔다가 해안선 9번 홀을 지나고 돌아오는 구조다.

라구나 랑코: 다랭이논과 해안의 조화

라군(lagoon)은 바다 근처에 늪이나 석호를 이룬 곳이다. ‘랑코늪’이란 이름으로 해석되는 라구나 랑코(Laguna Langco)는 다낭북쪽 해안에 위치한다. 공항에서 8km에 이르는 장거리 산간 터널을 지나 한 시간여를 달려 해안선에 닿으면 반얀트리, 라구나랑코 파크 등 리조트들이 해안 파라다이스를 이뤘다.

라구나랑코는 메이저 6승을 한 잉글랜드의 닉 팔도가 디자인한 코스 중에 가장 자신있는 코스인 듯 보인다. 2013년3월 개장 이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예정된 5년간의 팔도 아시아 그랜드 파이널 대회를 이곳에서 마무리한다. 중국이나 각지에서 그의 이름을 딴 코스는 별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으나 이 코스는 그중 백미다.

3번 홀에 들어서면 페어웨이 옆으로 다랭이논이 펼쳐지고 농부가 소를 몰고 지나간다. 참새들을 막으려 허수아비도 서 있다. 지금은 리노베이션 중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니르바나 발리와 춘천의 라비에벨 올드 코스에서 볼 수 있는 골프장 안 다랭이논 컨셉트는 일상과 휴식, 농사와 골프의 어우러짐을 잘 살려낸 장치다. 석호에 조성된 코스라 농사에도 뛰어난 토양이다. 벼가 익어가는 옆으로 파란 잔디가 색 대비를 이뤄낸다.



라구나랑코는 3번 홀 다랭이논이 인상적이다.
파3 5번 홀에 오르면 암반이 홀을 꽉 채우는 풍광이 펼쳐진다. 논이 이어지다가 암반이 불쑥 나오는 다채로움의 향연은 파3 8번 홀에 이르러 클라이막스를 맞이한다. 태평양을 배경에 둔 그린을 향해 티샷을 한다. 파4 9번 홀은 바다 해안선 끝에서 티샷을 한다. 페어웨이 안으로 카트가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백사장 옆에서 티샷하고 걸어 나가는 기분은 보물섬을 찾은 해적의 의기양양함이 아닐까.

라구나랑코는 흔히 9홀 단위로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흐름이 아니라 아웃 코스로 바다를 향해 나갔다가 바다에서 반환점을 돌아 인 코스로 돌아오는 18홀의 긴 루프(loop) 홀 배열을 이룬다. 후반 11번 홀부터는 이곳이 늪지에 조성되었음을 알게 한다. 티샷을 하거나 다른 홀로 이동할 때면 나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마지막 4개 홀은 움푹한 다이내믹 벙커들이 군락을 이루는 코스의 피날레를 이룬다. 핸디캡 1번과 5번이 마지막 두 홀에 포진하고 코스 공략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깨우쳐준다. 라운드를 마치면 지나온 홀들이 만화경처럼 지나가면서 뿌듯함과 함께 마쳐야 한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장치다. 베스트 코스가 갖춰야 할 중요한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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